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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보도-택배) 2년 전 추진 ‘택배 표준계약서’…양쪽 모두에 환영받지 못한 이유는?
주원로지스(주) 조회수:194 180.226.235.105
2020-11-06 21:45:36

올해 들어 과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 기사 등 관련 업계 노동자는 모두 13명. 코로나19로 늘어난 물량은 필연적으로 택배기사의 과로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토부와 고용부 등은 택배기사 실태 조사를 거쳐 표준계약서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요. 3년 전인 2017년, 국토교통부가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을 발표한 뒤 2018년 표준계약서 안을 마련했던 것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KBS가 국회 국토위원회 장경태 의원실을 통해 2년 전 마련됐던 표준계약서 안과 회의록을 입수해 봤습니다. 이를 토대로 현재진행형인 택배노조와 업계 간의 쟁점을 짚어봅니다.
 
2018년 표준 택배운송 위·수탁 계약서(안) 일부 발췌 (출처: 국회 국토위 장경태 의원실)2018년 표준 택배운송 위·수탁 계약서(안) 일부 발췌 (출처: 국회 국토위 장경태 의원실)
■노조-업계 간 가장 큰 쟁점은 "분류 작업"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택배노조 소속 택배기사 4천여 명이 파업을 결의했던 것도 바로 이 '분류작업' 때문이었는데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택배기사들이 "하루 최대 16시간 노동 가운데 절반을 분류작업 업무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며 "분류작업 인력투입이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절충안으로 다행히 파업은 취소됐지만 2년 전에도 이 분류작업을 기사의 업무로 볼지, 이에 따른 비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견이 컸습니다.

전국택배노조는 1차 서면 의견을 통해 "배송수수료(택배기사 급여)에서 분류작업 포함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했지만, 대리점장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조건에서 택배노동자가 여기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없을뿐더러 분류작업 비용을 추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대리점연합회는 의견 수렴 간담회에서 분류작업 등과 관련해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대리점의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분류를 택배기사의 본래 업무로 본 겁니다. 업계도 서면 의견으로 "택배분류센터에서는 연속적인 작업으로 분류라는 단계가 없어 용어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노동계는 2차 서면 의견으로 "표준계약서는 위탁대리점장들의 수많은 갑질로부터 택배기사를 보호하는 방패막이 되어야 한다"며 "특히 분류작업, 계약 해지, 위탁대리점 수수료, 산재보험 가입 등에 대해서 택배기사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택배기사 업무에 분류작업이 제외돼야 한다는 건데 택배기사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리점의 뜻에 따라 분류를 자신의 업무로 선택할 수밖에 없고, 분류비용을 따로 받기가 어려울뿐더러 배송비에 분류비가 포함돼 있다는 회사 논리가 반영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분류작업을 진행할 경우, 그 비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명시해야 한다는 게 대안으로 제시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모두 반대하는 초안을 고수했습니다. 분류 작업을 업무 범위에 넣고 분류작업을 포함한 배송수수료 조항과 포함하지 않을 경우 배송수수료 조항 가운데 선택하게끔 한 겁니다.

지금 검토하고 있는 새로운 표준계약서에서도 분류작업 부분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22일, 분류지원인력 3천 명을 단계적으로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비용 부담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2018년 표준 택배운송 위·수탁 계약서(안) 일부 발췌 (출처: 국회 국토위 장경태 의원실)2018년 표준 택배운송 위·수탁 계약서(안) 일부 발췌 (출처: 국회 국토위 장경태 의원실)
■"현실과 맞지 않다" 배송물량 제한 양쪽 모두 반대

지난 9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택배노동자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71시간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12시간 가까이 일한다는 얘기입니다. 과로 위험을 줄이려면 결국 배송 물량을 제한하거나 노동시간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데요.

2018년 표준계약서 안에 배송 물량 부분 이미 들어가 있었습니다. 전문가 자문 회의를 거치고 난 뒤 배송물량과 집화물량은 1일 또는 1주 기준으로 택배 개수를 정하거나 또는 1일 구역 지정 또는 1일 작업시간을 지정하는 방법으로 적정 물량을 산정하도록 한겁니다. 협의된 물량을 초과하는 경우 대리점은 추가 배송차량을 투입하거나 추가 화물에 대한 할증요율 적용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습니다.

업계는 서면 의견을 통해 "업계에서는 사업범위가 물동량 기준보다는 관리사업 구역별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물동량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업계 사정상 맞지 않다"며 아예 삭제해 줄 것을 희망했습니다.

국토부는 약관의 기본적인 요구사항에 서비스 제공에 대한 업무 범위 및 업무량, 그에 따른 수수료 지급 기준 설정은 필수 요소이므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긴 했지만, 표준계약서를 발표하지는 못했습니다. 애초 국토부가 표준계약서에 넣고자 했던 초과근무 수당, 휴가 사용 등의 내용 역시 흐지부지됐습니다.

이 밖에도 계약 해지 전 60일 전 통보와 같이 부당 해고를 방지하는 부분, 택배상품 파손 등에 있어서 손해배상 책임 등에서 노사 간 이견이 나타났습니다.

■표준 계약서가 해법?…택배 단가 현실화도 고려돼야

고용부는 이달 중순까지 전국의 45개 서브터미널, 그리고 터미널을 이용하는 대리점 4백여 개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토부가 주관해 표준계약서를 만든다는 방침인데요.

작업시간 제한, 분류작업 명시, 대리점이 가져가는 수수료율 제한 등 모든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리점별로 천차만별이었던 계약서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표준계약서 제정은 긍정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2년 전 유야무야됐던 표준계약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활물류법)의 입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해외와 비교해 지나치게 낮은 택배 배송단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은 택배 배송 단가가 페덱스와 UPS 기준 8달러(약 9천 원), 일본은 야마토 익스프레스 676엔(약 7,300원)입니다. 일본 야마토 운수의 경우, 1일 8시간 일하고,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한달 4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업무 내용을 명시하고, 급여 규정과 함께 주5일 근무와 유급휴가제, 각종 복리후생제도가 계약서에 담겨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국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2년 2,506원이었던 단가가 2018년 2,229원까지 떨어졌고 소폭 오른 게 지난해 2,269원입니다.

택배업체의 비용을 제하고, 대리점이 수수료까지 떼가면 택배기사는 택배 한 건당 7백 원 전후를 받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대리점에 내는 관리수수료, 택배 차량 할부 비용, 물품 사고로 인한 지출, 운송장과 테이프 등 경비까지 감안하면 배송수수료 자체를 올리거나 업체 혹은 대리점 몫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로선 택배기사가 할 수 있는 건 과로 환경에 자신을 몰아넣는 일뿐. 2년 전과는 다른 논의, 다른 결과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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